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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블랙스완' 아트필름에 등장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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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에 발레·현대무용 요소 접목 
대중예술·순수예술 경계 따지기보다 장르 확장 방편인 듯
"앞선 철학·미학적인 시도로 K팝 전통 공식 깰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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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블랙 스완' 아트 필름.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1.17.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은 멤버들이나 팬덤 모두에게 양가적 감정을 안긴다. 신곡 발표 그 자체만으로 큰 기쁨이지만, 이름값에 걸맞은 변화 또는 혁신을 보여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가도를 달릴수록 창작의 고통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에서 방탄소년단이 지난 17일 공개한 신곡 '블랙 스완(Black swan)'은 옳은 선택이다.

방탄소년단답게 역시 각종 기록을 쓰고 있다. 공개된 다음날 기준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세계 93개 국가 및 지역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블랙스완'이 '미국 현대무용의 대모' 마사 그레이엄(1894~1991)의 명언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곡이라고 밝혔다.

"무용수는 두 번 죽는다. 첫 번째 죽음은 무용수가 춤을 그만둘 때다. 그리고 이 죽음은 훨씬 고통스럽다"(A dancer dies twice - once when they stop dancing, and this first death is the more painful)는 문장이다.  

그레이엄은 20세기 초 '현대무용의 개척자'다. 그레이엄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휘어지는 춤선을 안무해 무용의 판을 바꿔놓았다고 평가 받고 있다. 그가 등장하기 이전까지의 고전발레 동작은 보통 직선을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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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제공) 2020.01.15. realpaper7@newsis.com

 

 

 

방탄소년단은 이번 신곡 '블랙스완'으로 대중음악 판을 바꿔놓으려는 시도를 한다.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의 접촉점을 찾으려는 고민이다.

'블랙스완'은 발레계 대표 캐릭터 중 하나다. 차이콥스키 발레 '백조의 호수'에서 우아한 백조 '오데트'을 맡은 주역 여성 무용수가 상반된 관능적인 흑조, 즉 블래스완인 '오딜'까지 연기한다.  

블랙스완 캐릭터는 할리우드스타 내털리 포트먼이 주연하고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안무가 벤저민 밀피예가 안무한 영화 '블랙 스완'(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2010)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순수함과 우아함의 상징인 발레리나의 내면에 꿈틀거리는 잔혹함과 욕망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처럼 '블랙스완'은 보통 예술가의 양가적 내면을 상징한다. 빅히트도 '블랙스완'에 대해 "글로벌 슈퍼스타로 성장한 방탄소년단이 전하는 예술가로서의 고백을 담고 있다.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예술가로서 숨겨둔 그림자와 마주하는 방탄소년단의 진솔한 고백을 노래했다"고 소개했다.  

무용평론가인 장광열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예술감독은 "'블랙스완'은 방탄소년단이 죽음을 이야기한 그레이엄의 명언을 끌어들일 정도로 힘든 캐릭터"라면서 "기교적으로 어렵고 예술적으로 완성돼 있지 않으면 소화하기 힘들다. 방탄소년단이 죽음과 블랙스완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자신들의 예술적 경지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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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블랙스완' 커버.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1.17. realpaper7@newsis.com

 

 

 

결국 방탄소년단이 발레, 현대무용 등 순수예술을 접목한 것은 이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 나아가 대중음악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식 '수축과 이완'인 셈이다.  

그런데 더 특기할 만한 점은 대중예술·순수예술의 경계를 따지려기보다, 장르 확장의 방편으로 순수예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21세기 비틀스'로 통하는 방탄소년단은 '비틀스'를 비롯해 수많은 팝 아이콘처럼 대중음악계를 넘어 문화계의 상징이 돼가고 있다.  

그러므로 '블랙스완'도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블랙스완'과 동시에 선보인 아트 필름으로 한발 더 나아간다. 슬로베니아 현대무용팀인 '엠엔 댄스 컴퍼니(MN Dance Company)'와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아트 필름'(Art Film performed)이 예다.

앞서 언급한 그레이엄의 명언 문구로 시작하는 아트필름은 방탄소년단 멤버 숫자와 같은 엠엔 댄스 컴퍼니 7명의 무용수들이 곡의 정서를 현대무용으로 재해석, 한 편의 퍼포먼스 공연을 보여준다.  

빅히트는 "비현실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고난과 역경을 딛고 탄생한 흑조(Black Swan)를 연상시키는 독창적인 안무와 감각적인 영상미가 시선을 압도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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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블랙 스완' 아트 필름.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1.17. realpaper7@newsis.com

 

 

 

이 아트필름에서 예상치 못했던 부분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애초 엠엔 댄스 컴퍼니가 아트필름에 참여한다는 예고가 나왔을 때 이 컴퍼니가 안무한 춤을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인 박희아 K-팝 아이돌 전문 저널리스트는 "방탄소년단의 이번 시도는 우선 아이돌의 음악에 무조건 멤버들의 얼굴이 등장해야 한다는 공식을 정면으로 깬 것"이라면서 "상당히 낯선 시도이지만 이게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팬들로 하여금 관심을 끌 수 있는 건 그전부터 방탄소년단이 소설, 영화 등 철학적, 미학적인 시도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방탄소년단은 28일(현지시간) 미국 CBS 인기 심야 토크쇼인 '제임스 코든쇼'에서 '블랙 스완' 첫 무대를 공개한다. 이 노래는 방탄소년단이 다음달 21일 발매 예정인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 선공개곡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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