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이종범님의 사진작품입니다. <토요일 저녁, 빨갛게 물들어 가는 동쪽하늘로 달리다>
제가 방문 미술선생님으로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오빠와 여동생인 그 남매는 그림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하는 귀여운 아이들이었어요.
요구르트 빈 병, 비닐끈, 물감, 휴지등을 가지고 멋진 로켓트도 만들고
붓 없이 손이나 팔꿈치로 그림도 그리는 등 창의적인 미술수업을 한다고
다양한 수업준비에 열을 올리던 때였습니다.
그 날은,
베란다 창문 사이로 보이는 풍경화를 그리자고 했죠.
그런데 여자아이가
잘 그려논 그림의 하늘을
보라색,분홍색,오랜지색으로 칠 해 놓는게 아니겠어요?
제가,
" 왜 하늘이 파란색이 아니예요~? 풍경화는 상상화가 아니니
보이는대로 그려야죠~"
라고 했더니 아이가,
"선생님! 이게 진짜 하늘색이예요~ 비오기 전에 하늘이 이런 색이예요.
선생님은 못 보셨어요?"
라고 하더군요..
머리를 세게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맞네요.. 비오기 전이나 저녁노을이 지려는 즈음이면 평소 생각할 수 없는
색감으로 온 하늘이 물들기도 한다는 것을 이 아이는 기억해 놓은 것이었어요.
그 일이 10년은 더 지난일인데도 그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후로 저는 '미술'은 절대 조기교육을 하면 안됀다라는 것을 깨달았죠.
하늘을 파란색이라고 알려주는 미술 선생님보다는
해질녘의 동네 공원의 나무와 연못과 하늘이 훨씬 훌륭한 스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