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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도 신분도 산속에서는 필요가 없지 않은가.

Kradio 0 480

나는 글쓰기를 길을 나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굳이 먼 길이 아니라도 좋을 듯싶다. 바라기의 대상은 원근을 가리지 않으니까. 
무엇을 찾느냐보다 가까이 있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하니까.
 일상생활이 단조롭더라도 눈을 뜨고 찬찬히 살펴보면 경이로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그래서 길을 나서는 것이다. 

--- 박양근 수필가의 ‘글의 길’ 부분

 팔월의 토요일 아침 입니다.
 한주 동안 더위속에서도 편안하셨는지요? 바쁘고 메마른 이민의 삶에 물을 뿌리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어느시인이 그랬던가요? 팔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서 단풍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라고..  
7월이 여름의 꼭대기를 향하는 것이라고 하면 8월은 낮은 여름으로 서서히 내려가는 길이 아닌가 생각 하면서
 문학으로 쿵! 하는 시쿵, 함께 시작해 보겠습니다.

 

시쿵 초대석

출연 – 박양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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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경북 청도 출생.  부경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얼마전 리타이어 해서 현재는 부경대학교 영문과 명예교수임. 
1993년 '월간에세이'에서 에세이스트 추천완료.  2005년 '문학예술' 문학평론가로도 등단. 부산국제문학제운영위원장, <문학도시> 주간,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이상을 영임. 현 영남수필회장. 수필집으로는 <일곱번째 성좌> 외 여러편이 있으며 ‘좋은수필 창작론’ ‘현대영문학 개론’ 등 이론서등이 있음. 동서문학상, 산귀래문학상, 구름카페문학상,신곡문학대상 등을 수상함.

 

도꼬마리 / 박양근

나는 한가로운 가을 시간이 생기면 인적이 드문 야산을 찾아간다. 
산비탈 도로를 오르면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오는 잡목 등성이가 나타난다. 
푸르면 푸른대로 누르면 누른대로 산길은 얼마나 조용한가. 

그렇게 감탄하다가도 조용히 고개를 숙인 그들을 보면 이유도 없이 슬퍼진다. 
잡목과 잡초들이 서로 어깨를 걸친 듯 사방팔방 풍경을 보면 무명의 잡풀조차 외로움을 싫어한다는 속마음을 주고받는다.

그럴 땐, 묵묵히 그들 사이를 걷는다. 잡목과 잡초로 이루어진 호젓한 산속에서 잡인이 된 게 그렇게 편할수가 없다. 
출신도 신분도 산속에서는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들 중에 도꼬마리란 한해살이 잡풀이 있다.
 도꼬마리는 반듯한 길을 마다하고 사람의 출입이 뜸하지만 언젠가는 누군가 찾아올만한 곳에서 주로 자란다. 
지나가는 누군가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일 년 사계를 묵묵히 견디는 그의 철학이 경이로워 그런 곳을 지나치면 
일부러 그들의 몸에 비비듯 스쳐 지나간다.

야생초 도꼬마리는 성질이 고약한 놈이다. 도께비바늘이나 찍찍이처럼 옷에 붙으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일순간에 바깍 붙어버린다. 살던 곳을 버리고 나 몰라라 붙은 모양이 바람난 여자의 마음이다 싶지만 
스치는 우련에 모든 여생을 맡기는 단호한 결기에 고개가 숙여진다. 어디든 바람 따라 뿌리를 내리겠다는 작심이 
해탈의 경지랄까. 만나는 건 우연이고 붙잡는건 의지이니, 도꼬마리 하나에서 세상사 정한을 새삼 되살린다.

종종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지만, 산길을 쏘다닌 후 옷에 흙이 묻어이지 않으면 왠지 씁쓰레해진다.
 내가 얼마나 못났으면 도꼬마리조차 외면할까하는 자괴심 때문이다. 
진흙탕 길을 걸으며 신발에 흙이 묻고 들판을 돌아다니면 바짓단에 풀잎 하나쯤은  붙어야 한다. 그게 사는 거다. 
그런 평이한 삶의 이치를 알려주는 도꼬마리가 내겐 참으로 귀한 손님이다.

외진 산중턱 어딘가에서 마냥 기다리며 버티는 것이 어디 도꼬마리뿐인가.

 

방송일 : 8/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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