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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시인 스페셜

Kradio 0 413

얼굴 /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꽃을 꽂고 산들 무얼 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 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밤 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단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 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비가 오락가락 하면서  더위가 기승을 부린 한 주 였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여름꽃들이 더욱 빛나고 활짝 펴 보였습니다. 
싱그런 7월 세번째 토요일. 시쿵, 이 시간은 메마른 이민의 삶에 비가 내려주는 날입니다. 
바쁜 일상으로 죽은것 같았던여러분들의 감성과 열정이 여름꽃처럼 제 빛깔로 활짝 피어나는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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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의 시 낭송 -  카니 최 (전테너플러이 교육위원) 

 

목마와  숙녀 / 박인환1955 발표작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남기고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 보아야 한다.

… 등대에 …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있어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 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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