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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이

Kradio 0 729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화더스데이를 하루 앞둔 토요일 아침입니다.
 유월도 훌쩍 반이 지나갔는데요오늘도 여러분들과 변함없이 문학을 논하고 삶을 나누려 합니다.  
가족들을 위해  최 전방에서 일하고 가족들의 벽이 되어주신  아버지..가만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그림자 같은 분. 있
는듯 없는듯  뒤에서 바쳐주는 뒷배경같으신 분.  그런 아버지가 생각나고 그리워지는 토요일 아침입니다.

 

케이 포엠 – 낭송 / 김은자 

 

아버지의 등을 밀며  / 손택수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여덟 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가야 했다 

누가 물으면 어머니가 미리 일러준 대로 

다섯 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 번은 입 속에 준비해둔 다섯 살 대신 

일곱 살이 튀어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나이보다 실하게 여물었구나, 누가 고추를 만지기라도 하면 

어쩔 줄 모르고 물 속으로 텀벙 뛰어들던 목욕탕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버린 뒤론 

함께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 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 

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온 뒤의 일이다 

그렇게 밀어 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 시쿵 심쿵 

 츨연: 권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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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부1  / 권순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별세했다

돌아보고 싶지 않구나

생각하고 싶지도 않구나

그래도 악몽은 발뒤꿈치 들고

어둠보다 재빨리 와서 잠을 방해하는구나

전쟁은 공포스러웠어

밤은 더 무서웠어

달이 피를 흘리는 걸 보았니

달빛이 핏줄기로 쏟아지는 것을 본 적 있니

나의 달은 낮이고 밤이고 피를 흘렸어

눈물대신 피가 흘렀고

콧물대신 피가 흘렀어

아랫도리도 피가 흘렀어

소리친다고?

소리치면 누가 와서 말려 줄 수 있어?

엄마는 너무 멀리 있고

나의 나라는 이름조차 빼앗겨

내가 어디서 죽어가는지도 몰랐어

전쟁괴물들만 득실거렸어

발목이 수십 수백 명의 감시줄에 걸려

그 욕된 막사를 도망치지 못했어

전쟁이 끝나도 머릿속이 지워지지 않았어

 

Female Slave 1

A brave old lady, who suffered

as a female slave, has passed away

I don’t want to look back

I don’t want to think about it

And yet the nightmares that haunt me

Come faster than the night and interrupt my sleep

The war was terrifying

The nights even more terrifying

Did you see the moon shedding blood?

Have you seen the moonlight gushing streams of blood?

My moon has shed blood by day, by night

From my eyes poured not tears but blood

From nose what poured was blood

And from my nether parts the blood poured too

Did you say I should scream?

If I scream will somebody come to stop this?

Mom is too far away

My country has been stripped of its name

Have I died, so I can’t remember what country I’m from?

Overwhelmed with the spectres of war

My ankle bound by dozens, hundreds of watchful eyes

I could not escape from that shameful barracks

Even though the war is over the memories do not vanis

 

권순자 시인 - 

 

 1958년 경상북도 경주에서 출생하였다.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학과와 국민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석사논문 명『John Keats의 The fall of hyperion 연구 : 시인으로서의 성장과정』)

 1986년 《포항문학》에 「사루비아」외 2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2003년 《심상》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바다로 간 사내』,『우묵 횟집』,『검은 늪』,『낭만적인 악수』,『붉은 꽃에 대한 명상』,『순례자』등이 있고, 

『검은 늪』의 영역시집 『Mother's Dawn』이 있다. 

 2001년 시 「목련」으로 ‘동서커피문학상’, 2003년 시 「장마」로 ‘시흥문학상’, 2012년 시집 『붉은 꽃에 대한 명상』으로

 ‘아르코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 강신중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열리는 ‘수요집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 어린 증언을 직접 듣고, 

그 분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해드릴 수 없음을 통감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양심으로서 실록을 겸한 일본군 위안부 시를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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