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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밴댕이를 먹을 때면 첫사랑이 떠오르는 걸까

Kradio 0 1,032

밴댕이 / 고경숙

 

나는 왜 밴댕이를 먹을 때면

첫사랑이 떠오르는 걸까

사소한 다툼 끝에 그날 난

왜‘밴댕이 소갈딱지’란 말을 뱉은 걸까

그 말이 남자들에겐 그렇게

상처를 주는 말이었을까

밴댕이처럼 팔딱대지 않았다면

지금 내 인생행로가 달라졌을까

화려한 축제에서 토라져 돌아앉은 우리는

헤어졌고, 잊었다 생각했는데

해마다 밴댕이를 먹을 때면 

그 사람 떠오른다

혹시 밴댕이를 먹으며 그도

나를 기억할까, 그 말을 잊지 않았을까

밴댕이 속처럼 좁은 것도 나였고

밴댕이처럼 팔딱이던 것도 나인데,

서툴던 첫사랑을 회개한답시고

속 발라낸 밴댕이 한 마리 통째로 

쌈 싸 입속에 제물로 바친다

죽은 것은 아니라도 

우리의 사랑이 죽었으므로

만날 수 없는 사람들…

횟집 창 너머 바닷길 바라보며

사랑아! 미안하다

 

줄장미가 하나 둘 담을 넘기 시작하는 오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입니다.  남의 담을  넘고도 기쁨을 주는 것이 꽃인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한 주는 어떠셨는지요?  오늘도 문학과 삶의 이야기로 토요일  아침을 수 놓아드릴, 저는 김은자 입니다.  

한주 동안 일이다 비지니스다 정신없었던 여러분들의 손을 잡고 들어가 보는 문학과 삶의 이야기 시쿵,  

초여름 줄장미처럼   여러분들의 휴식이 되었으면 합니다. 

    

시쿵 초대석 

고경숙 시인-.  1961년 서울 출생, 2001년 계간 시현실로 등단. 시집으로는 모텔켈리포니아, 달의 뒤편, 혈을 짚다, 유령이 사랑한 저녁 등이 있음.  수주문학상, 두레문학상, 경기예술인상 등을 수상. 부천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현재 수주문학상 운영위원장, 부천예술총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

 

불가촉 당신  /  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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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몰을 바라볼 때 지구 반대편의 새벽도 어둡고 고요했을 겁니다 서역의 바람이 얼음처럼 차가워져 분분히 일어서던 그때

, 우리 마주치지 못했던 눈동자 속에서 가지런히 눈물이 떨어집니다 당신이 세상을 향해 말하고 싶었던 잉여의 노래입니다

   계절이 예정된 대로 거침없이 깊어집니다 시간 속에서 당신을 걷어낸 나는 지워진 이름입니다 우리가 허락받은 허름한 저녁을 지나는 기차의 헛발질 소리, 그리고 잠깐 부딪쳤을 등의 체온 정도를 기억하는 일 모두 꿈이어야 합니다. 갠지즈강을 걸어나온 물빛 영혼을, 다 탄 장작더미에서 살아남은 그대의 얼굴을 내가 감싸쥐었을 때 그대의 두 손이 나를 일으켰을 때, 그 순간이, 우리가 유일하게 스쳐지나는 교차점이었음을 어둠이 내리고 칠흑같은 지상의 모든 것들을 더듬더듬 만지며 깨달았습니다 유기와 궁핍으로 굶주린 떠돌이개와 고양이들조차 내 발을 핥기를 주저합니다 앙상한 검은 발바닥에 별처럼 하얗게 붙어있는 모래를 털어주던 당신은 어느 별에서 보낸 어머니의 선물이었을까요? 꿈은 늘 많은 것들을 빼앗아가고 나는 쫓깁니다

   나는 당신을 만지지 못하고 당신 또한 그러하다면 더 이상 태양의 제단에 불을 지피는 일 따윈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죽어 문드러질 만큼만 손끝을 내리찍어 다시는 병든 의지가 당신에게 가닿는 일 없어야 한다고 율법을 내려주십시오

   내가 만지는 모든 것들은 언제나 겨울입니다

 

     *고경숙 시집, 『유령이 사랑한 저녁』, 현대시학 시인선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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